여수상의, 화합과 변혁의 리더십 기대한다
여수상의, 화합과 변혁의 리더십 기대한다
  • 마재일
  • 승인 2024.02.29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칼럼]
경선으로 갈 것 같던 여수상의 회장 선거가 합의 추대로 보임열병합발전(주) 한문선 대표이사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한 신임 회장이 선거 과정 등에서 불거진 여러 잡음과 논란으로 신뢰가 추락한 여수상의를 화합을 넘어 침체한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시민 기대에 부응하는 단체로 위상을 회복키실 수 있을지 리더십에 이목이 쏠린다.
▲ 제25대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에 당선된 한문선 보임열병합발전(주) 대표이사.
▲ 제25대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에 당선된 한문선 보임열병합발전(주) 대표이사.

전남 최대 규모의 경제단체인 여수상공회의소를 이끌 제25대 신임 회장으로 여수산단 에너지 기업인 보임열병합발전(주) 한문선(60) 대표이사가 선출됐다. 여수상공회의소는 28일 임시의원 총회를 열고 상의 의원 42명(1명 불참)이 참석한 가운데 39명의 합의 추대로 선출했다. 이에 앞서 회장 선거에는 김창주 휴엔 대표이사도 출마했으나 중도 사퇴했다.

한 신임 회장은 “여수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여수산단, 중소기업, 소상공인 간 갈등을 없애고 화합을 이루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또 “여수상의를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지역경제를 역동적으로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종합경제단체로 새롭게 거듭나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한 신임 회장은 아울러 “지역과 업종을 망라하고 상호 신뢰 회복에 기반한 협치와 포용의 리더십으로 열린 상의를 만들고 전문성을 높여 상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지역사회와 국가산단이 화합하고 공존하며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부회장에는 문상봉 (주)대광솔루션 대표이사, 조용현 (주)마린글로리 부사장, 박형근 (주)베스코 대표이사, 이현규 (주)LG화학 주재임원, 오영철 GS칼텍스(주) 설비공장장 등 5명이 선출됐다.

제25대 여수상의 회장 선출과정에서 상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내부 구성원 간 반목과 갈등 등 적잖은 문제를 노출했다. 여수상의는 회장 선거 때마다 회원 모집에 따른 금권선거, 상위법 위반 논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회원사 간 물밑 주도권 경쟁 등으로 인한 반목, 그리고 전임 회장 수사 등으로 인한 신뢰가 추락해왔다. 추가 회원 모집과 추가 회비 납부 제한 등 자구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기는 하지만 신뢰 회복에는 미흡해 보인다. 김창주 휴엔 대표이사(현 여수상의 감사)는 출마 선언 하루 만에 중도 사퇴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했다. 이럴 바엔 지역 상공계의 화합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섣부른 출마를 해서는 안 됐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 여수상공회의소.
▲ 여수상공회의소.

어쨌든 여수상의 회장 선거가 끝났다. 하지만 선거 대립으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그동안 정치권의 갈등과 반목을 수없이 목격하면서 이를 비난해왔다. 여수 경제단체 수장을 뽑는 상의 회장 선거에서마저 청산해야 할 구태를 지켜봐야 하는 지역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갈등과 반목, 분열로 인한 선거의 상처가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채 또 선거 시기가 닥치면 이런 논란과 잡음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용규 현 회장이 과거 역대 회장들과 비교해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을 강화한 것은 평가받을만한 일이지만, 역대 여수상의 회장들의 치적은 주목받지 못하고 논란과 잡음에 묻히고 만다.

지역 상공계 화합과 위상만큼의 역할 미비 등은 약한 고리로 지적된다. 이제 지역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고 경제인들을 화합으로 이끌 그 공은 한 신임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한 신임 회장은 여수시와 함께 지역경제를 살릴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 여수가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지 지역 최대 경제단체 수장으로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수산단 입주 기업은 물론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국제 경기 둔화,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여수산단은 탄소중립 실천 등 각종 규제환경 변화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인한 석유화학산업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처지도 다를 바 없다.

여수상의는 지역경제 활성화나 소상공인 권익 신장 등 공익적 기능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지만, 그동안 회장 선거 과정에서 지역민과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공약과 비전 제시 등은 취약했다. 투표 당일 정견 발표 정도가 전부다. 지역 경제단체 수장을 뽑는데 검증 시스템이 부실하단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여수 원도심. (사진=심선오 작자)
▲ 여수 원도심. (사진=심선오 작자)

한 신임 회장은 두리뭉실하게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후속 세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기업에 부과하는 과도한 상속세가 현안인데, 이참에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대기업에는 ‘상속세 제로’ 혜택을 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정부에 해볼 수 있다. 지역 정치권 등에서도 대기업들의 지역 본사제를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문제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윤석열 정부는 세제 등 특혜를 주는 특구 도입과 광역 시도를 묶어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만드는 내용의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내놓았지만, 자율적인 결정 권한이 없고,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로서는 중앙정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분권 한답시고 많은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면서도 정작 지방분권의 실질적인 핵심인 재정 분권 문제는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6대 4로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기재부 반대에 부딪혀 7대 3으로 후퇴했다. 2023년에도 77.6대 22.4로 별로 바뀌지 않았다. 여수, 울산 등 국가산단이 있는 지자체가 국세와 지방세 비율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허공의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지역이 스스로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세·지방세 비율을 6대4 비율로 끌어올리는 게 맞다. 또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여수에 적합한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여수상의와 지자체, 지역 정치권이 정부와 정치권을 강하게 압박할 필요도 있다.
 

▲ 여수 웅천지구의 상가 공실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 웅천지구의 상가 공실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 도깨비시장 내 빈 상가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 도깨비시장 내 빈 상가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이제 남은 것은 향후 3년간 여수 상공계를 이끌어나갈 한 신임 회장이 어떻게, 얼마나 잘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지역 상공계와 시민들은 한 신임 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이면서 침체한 지역 경제와 지역 현안 등을 견인해 나갈지 지켜보고 있다. 사실 여수상의 회장의 권한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국가산단, 수산업 등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 상의 가운데 적잖은 무게와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한 신임 회장이 향후 어떻게 하겠다고 짧은 포부를 밝히긴 했으나,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여수상의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구태에서 벗어나 지역은 물론 대한 상공계에서 위상을 재정립하려면 변화를 넘어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동성보다는 역동성이 필요하다.

여수상의 회장 자리는 명예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여수 경제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화합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 구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구 기능 강화다. 지역 경제에 맞는 모델을 연구하고 발굴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과거의 패러다임의 머문 산업 생태계로는 지역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여수상의가 신산업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또한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현황분석, 각종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여수상의가 지역의 대표 경제단체로서 화합을 넘어 지역 경제에 대해 더 많은 역할을 해 주길 바라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 자영업은 여수 경제의 궁극적인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임기 3년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다. 여러 현안을 처리하다 보면 어영부영 시간이 갈 수도 있다. 한 신임 회장 한 사람에게만 짐을 지울 수는 없다. 부회장 등 여수상의 회장단의 리더십과 변화의 노력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아울러 여수시와 지역 경제계, 정치권도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