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대한 열망
진실에 대한 열망
  • 남해안신문
  • 승인 2009.07.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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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우 <여수시민협 실행위원장>

▲ 한정우 여수시민협 실행위원장
복잡다단한 이 세상에서 우리는 맹인이다.

이 넓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의 힘만으로 제대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의 능력으로는 맹인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세상을 파악하고 진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언론과 방송이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다.
언론과 방송은 맹인에게 필요한 안경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안경집에 가면 색깔이 들어간 안경이 있다. 노란색이 들어간 안경을 착용해보면 모든 것이 사실보다 노랗게 보이게 된다. 파란색이 들어간 안경을 착용해보면 세상이 사실보다 조금 파란색으로 보인다. 그러한 안경을 계속해서 착용하다보면 온 세상을 조금 노랗게 또는 파랗게 여기게 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새로운 방송법을 만들었다.

새로운 방송법의 주된 내용은 거대신문사와 재벌들이 언론과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유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언론과 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세계적인 언론방송사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논리였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리가 타당성이 없다는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독과점을 해소하겠다는 논리는 또 다른 독과점을 만들어 낼 뿐이다.

갓김치를 만드는 돌산의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이 갓김치 공장을 만들게 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독과점을 만들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겪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언론방송시장을 독점할 것이고, 그들의 눈으로 왜곡된 세상을 보도록 국민들에게 강요할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언론방송은 세계적인 언론방송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양식 있는 사람들에게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만들뿐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방송법에 반대한다.

우리는 거대언론사와 재벌의 눈으로 세상을 왜곡해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실을 제대로 알고 싶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송법이 아무리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독과점을 해소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왜곡되게 보고 듣는 것보다는 작지만 국민의 눈과 생각으로 진실을 보고 듣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송법이 직권상정 되었다.

일사부재의와 대리투표논란 때문에 법의 효력이 성립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번에 방송법안을 반드시 상정하여 처리하려고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것이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다고 했기 때문에 당장 시급한 법안이 아니라는 것을 자인하면서까지, 역풍을 예상했으면서 까지 강행처리를 시도한 것이다.
국회를 보면서 서거한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탄핵국회가 회상되었다.

그때도 그랬듯이 온몸으로 막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직권상정을 하였고 통과를 강행하였다. 오히려 그때보다도 더욱 격렬하고 결사적이고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통과를 강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는 노무현 대통령만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이번 방송법안은 수십 년 동안 아니 영원히 노무현 같은 사람을 아예 대통령으로 만들어내지 조차 못하게 하겠다는 싸움이었다. 앞으로는 자기들 말만 들으라는 선전포고였으며, 자신들만이 그 자리에 앉아야겠다는 싸움이었으며, 장기집권음모였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하였다.

앞으로는 어떠한 권력도 언론과 방송을 장악할 없다고 하였다. 그들의 편이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여 자신들의 입장만 대변할 것이니 그들은 언론과 방송을 장악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또한 이제는 어떤 반대세력도 언론과 방송을 할 수 없으며, 올바른 소리를 하고 진실을 제대로 알려줄 수 없다는 독재자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들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알지 못한다.

어떤 반대세력도 언론과 방송을 장악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진실을 왜곡하는 어떤 언론과 방송도 진실을 열망하는 국민을 장악할 수 없으며, 역사적 평가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만고불변의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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