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야당이 필요하다
지역에 야당이 필요하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9.04.1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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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정우<여수시민협 실행위원장>
국민들은 87년 6월 항쟁이후 우리나라 정치가 상당부분 민주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많은 부분에서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그 결과로 일정정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지만, 87년 이전의 독재정권까지는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여수의 지역 정치만 한정시켜서 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 보인다.

87년 이전과 이후의 여수의 정치는 어떻게 달라졌고, 얼마나 민주화가 진전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전국차원의 정치보다 지역 정치가 더 많이, 최소한 비슷한 정도로라도 민주화되었다고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역 정치가 민주화되지 못했다는 증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민의 뜻에 반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단지 파헤치고 세우는 개발주의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발을 하더라도 시민의 의사가 존중되는 개발이면 그것은 민주적인 것이고, 개발을 해야 한다는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개발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민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매한 시민이여! 현명한 나를 따르라. 내가 가는 길이 진리이니 시민이니 무조건 나를 따르라. 이것은 그가 진정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정치의 민주화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지역의 민주화의식이 약해서일까? 그것은 아닌 것 같고,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지역에 야당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70-80년대의 어려운 정치상황에서도 야당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치가 민주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영향력이야 얼마나 될지를 정확한 수치로 나타낼 수 없겠지만 일정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의사를 결집하고, 잘못된 정부 정책에 반대를 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정치의 민주화는 상당히 더디었을 것이다.

우리지역 정치에는 야당이 없다.

국회의원들도 민주당이고, 단체장도 민주당이고, 도의원과 시의원들도 대부분 민주당 일색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거의 일당 독재적 구조, 부드럽게 이야기하면 일당 독점적 구조이다. 일부 다른 정당도 있고, 시민단체가 있지만 다른 정당은 지역현안에 대해 견제나 비판을 하지 않고 있고, 시민단체는 목소리만 있을 뿐 힘이 없으니 일당독재, 일당독점이라 해도 많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지역의 선호정당이 민주당인데 시의원까지 공천제도가 있으니 여수에서 민주당의 힘은 옛날 공화당의 힘보다 약할 것이 없다.

당에서 결정하면 거의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시 집행부가 하자하면 시의회는 대부분의 사안을 통과시켜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웅천의 산허리를 잘라낸 것도 민주당 시장과 민주당 의회였고, 다시 잘린 산허리를 스티로폼으로 덮어서 터널을 덮는 것도 민주당 시장과 민주당 의회이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절개가 옳으냐, 터널이 옳으냐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잘한다. 또는 잘못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잘해도 일당독점은 문제이고 잘못하면 일당독재는 더더욱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창출이다.

그러나 일당 독점적 구조에서는 잘하든 잘못하든 하나의 당밖에 없으니 정책경쟁이 되지 않는다. 올바른 정책을 생산해내고 실천하기 보다는 그 당의 공천을 받으려고 인맥이나 쌓고 친목이나 도모하면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이고, 이것이 바로 지역정치의 민주화가 더딘 이유라고 생각한다. 서로 정책을 분명하게 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잘못하면 지역정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수 있는 구조이어야 발전할 수 있다. 지역의 민주적 발전에 일당독재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지역에도 야당이 필요하다.

지역정치에 있어서의 야당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은 한나라당이 될 수도 있고,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야당이 되려면 지역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지역여당인 민주당과 정책적으로 대결을 해야 한다. 이름만 있는 야당은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민주당내에서도 지역 여당속의 야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솥밥을 먹는 사이이기에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시민단체도 야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상이나 가치관 등 야당이 되기에는 많은 한계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지역정치에 야당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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