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새롭고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9.03.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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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정우<여수시민협 실행위원장>
필자의 고향에는 부모님 명의의 땅이 조금 있다.
우리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랬듯이, 맨손으로 살림을 나서 자갈투성이 산을 두 손으로 일구신 논밭이고, 자식들을 먹이고 교육시켜준 논밭이기 때문인지, 이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하셔서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농사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계신다.

이제 그만 쉬시라고 말씀을 드리면, 놀면 뭐하냐 하시면서 일을 해야 건강하다 하시고, 그럼 조금만 하시라 하면 조금하나 다하나 마찬가지라고 우기시고, 땅을 놀리면 사람들이 욕한다고 하시면서 오히려 야단을 치시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곤 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대안을 낸 것이 밭에다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유실수를 심어야겠다 싶어 홍시가 맛있는 대봉 감나무를 주로 심고 그 주변으로 매실과 복숭아나무를 조금 심었다. 풀이 나지 말라고 비닐을 깔아주고, 겨울에는 얼어 죽지 않게 줄기까지 싸주기도 하고, 짚을 덮어주기도 했지만 감나무는 몇 그루가 죽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는 감나무가 죽은 자리에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는 매실나무를 더 심을까 한다.

그래도 나무를 심어 일손이 많이 줄어들었고 후손들이 과일이라도 따먹을 수 있겠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안을 낸 것이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정치에는 문외한이고, 과수원을 하고 싶은 꿈을 가진 범부가 여수시의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 할 입장은 아닐 수도 있지만 요즘 여수시의 정책에 대해 말들이 많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으니 현 집행부나 의회는 치적을 남기려 열을 올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그것에 반대하는 의견 또한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어떤 의견이든 현실의 단기적 안목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세금을 내고 여수에서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여수시의 예산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서 살기 좋은 도시가 되고 지속적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산의 허리를 잘라내고 길을 만들어 놓고 다시 터널을 만든다고 100억 가까운 돈을 들이는 웅천 생태터널이야 더 이상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최근 논란이 되었던 돌산 회타운의 도시공사 현물출자 건을 상기해 보자. 도시공사 덩치를 키워서 큰 규모의 사업으로 치적도 삼고, 수익도 내서 반대했던 논리에 일침을 가하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있던 건물을 허물고 이순신 광장을 만드는 마당에 여수를 찾는 관광버스의 주차장으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그 자리에 굳이 고층 건물을 지어서 바다풍경을 막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더군다나 엑스포를 위해 주차장을 더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면서 말이다.

웅천에는 인공해수욕장을 만든다고 한다. 웅천에 신도시를 만들고 모기업의 사회환원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서 이렇게 멋진 신도시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사업비만 80여 억원이 드는 인공해수욕장을 만들어 한곳만 집중발전시키기 보다는 그 돈으로 기존에 있던 만성리나 오천동, 또는 무슬목이나 방죽포를 더 좋은 해변으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여수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엑스포 준비를 위해 필요한 돈이 많을 텐데 지금 당장 많은 돈을 들여서 인공해수욕장을 건설해야할 정도로 필요 불급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하여튼 이제는 새롭고 장기적인 대안을 세워야 할 때인 것 같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내후년에는 엑스포 준비에 매몰될 것이고, 그 다음해에는 엑스포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있으니 우리가 대안을 세워나갈 시간도 많지 않기 때문에 현재 우리는 매우 엄중한 시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엑스포가 끝나면 여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을 세우고, 여수시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서도 대안을 세우고, 거기에 맞추어 여수시의 현 정책에 대해서도 대안을 세우고, 아울러 지역 경제와 교육과 문화에 대한 대안을 세웠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해서 소통할 수 있도록 지역 언론의 대안을 세우고, 여수의 장기적 전망을 내놓고 여수를 이끌어갈 지역 정치지도자와 세력에도 대안을 세우고, 이런 모든 것들을 관통할 철학에도 새로운 대안을 세웠으면 좋겠다.

현실에 대해 냉철하게 파악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세우고, 그렇다면 현재 상황 속에서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새롭고 장기적인 대안이다.

욕심에 4월 19일전에는 대안의 촛불이 켜졌으면 좋겠다.
늦어도 5월 18일까지는 대안의 횃불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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