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그리고 출발
3월, 그리고 출발
  • 남해안신문
  • 승인 2009.03.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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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봉수(전남대문화콘텐츠학부 외래교수)
또 봄 학기가 시작됐다.
국회에서는 연일 밀치고 당기는 치킨게임을 하고, 환율은 날로 뛰고 있는 가운데도 3월은 왔고 학생들은 어김없이 캠퍼스로 향했다. 그들은 유니폼 대신 프리룩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등장했다. 누가 이들의 앞길을 막으랴. 누가 이들의 선택을 부정할 것이랴. 그들은 스스로 자유인이고 유목민이다.

그들은 캠퍼스를 둘러보며 대학이란 데는 어떤 곳인가를 알려하고 있고, 교수는 어떤 사람들인가를 훔쳐봤을 것이고, 어떤 강의가 내게 필요한 것인가를 판단했을 것이다. 그들은 생소한 분위기에도 경쟁과 선택을 스스로 해야 한다.

마침내 그들 중 <매스컴과 현대사회>와 나를 만나게 됐다. 연일 언론악법이니 아니니 고함치며 싸우는 것을 보고 그 이유라도 알고 싶어 이 시간을 선택했을까. 날로 커지는 미디어권력을 알기나하고 수강신청을 했을까. 아니면 선배들이 추천해서 이 강좌를 찾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어떠하든 그들은 내 시간의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첫 시간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왜? 언론 상황이 너무나 급박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단초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작했다. ‘포장마차는 어디에 있게?’(장기판) ‘구멍가게에 없는 것은?’(구멍), ‘오늘은 무슨 날?’ ‘오늘은 삼결살데이’(3월3일) 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조금 풀렸다. 그러나 그들에게 현상을 해석해서 전달하려 하지는 말아야지. 자칫 개인적 판단과 관점이 그들에게 잠재된다면 앞길이 컴컴해지니까.

지리적으로 산재해 있는 불특정한 다수에게 기술적인 도움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대중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매스컴이다. 쉽게 말하면 어떤 신문사(sender)가 정보(message)를 수집해서 지면(channel)에 담아 불특정 독자(receiver)에게 전달하는 체계이다. 여기서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안이라도 신문마다 다르게 보도되는 이유이다. 가공과정에 그들은 반복동의어를 통해 인간의 시각과 관점을 일정하게 고정시켜나간다. 자기들의 감춰진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전파하려 한다.

여기서 가정해 보자. 신문이 방송까지 하게 된다면 아침에 신문에 난 기사, 저녁에 방송에 본 기사가 다를까 같을까. 나는 그들에게 물었고 그들은 ‘그게 그렇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몇 년 전 한 매체가 전문가 집단에게 “20세기 인류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상품”이 어떤 것들이라고 보는가를 물은 적이 있다. 자동차, PC, 피임약, 라디오, 볼펜, 인스턴트식품 등이 나열되고 맨 첫 자리에는 단연 텔레비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1907년에 설계해서 1936년에 처음 시작한 텔레비전은 당시 미국인들의 혼을 빼놓고 말았다. 시간만 나면 TV를 켜며 일상의 지배자로 TV를 맞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히려 텔레비전이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럼 오늘날 “TV가 인간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떨까.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인도네시아 농촌마을과 히말라야 부탄에서 최근(2005) 실험한 결과는 인간의 가치관과 생활양식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텔레비전의 위력이다.

학생들은 귀로 듣고 있었지만 눈은 놀라는 빛이었다. 신문과 방송이 다양한 기기(any device)로 인간생활에 등장해서 누구나(anyone) 언제든(anytime) 어디서든(anywhere)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도처가 ‘4any’ 환경에 살고 있다. 부를 가진 자는 적게 가진 자고 매체를 가진 자는 모두를 가진 세상이다. 그럼으로 매스컴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3월, 새롭게 출발선 상에 선 그들은 뽑힌 사람들이다. 4년 후 대학문을 나설 때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아야 산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은 분명하고 정확하게 현상에 접근해야 한다. 대학은 그들이 새로 산 대학노트에 무지개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새내기 여러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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