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종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인종이 등장하고 있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7.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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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봉수(전남대문화사회과학대 외래교수)
또 한 학기 강의를 마쳤다. 15주라는 긴 시간(?) 학생들과 같이 ‘매스컴과 현대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강의를 마칠 때마다 갖게 되는 아쉬움이 이번에도 다가왔다. 강의실 빼곡히 앉아 75분간 진행된 시간마다 그들은 지적 결핍과 소비를 경험했을까, 그들은 교양 선택과 필수를 이해했을까 등 강의를 마치려는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점유해 왔다.

마침내 마지막 시간에 학생들에게 평가를 적도록 해봤다. 그들의 소견은 대체로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수고했다고 적은 의례형 학생들(1), 강의가 어렵다고 말하는 순수형 학생들(2), 그리고 자료그림 더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는 창가형 학생들(3)로 나뉘었다.

여기서 이들의 행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갈린다. 첫 번째 집단은 “교수님, 열강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하고 적었으니 일단 유쾌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강의를 통해 지적 성취감이나 교양적 보상을 받았다는 것인지 어쨌다는 것인지 읽을 수가 없다. 의례적인 인사만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 속에는 학점 잘 달라는 은근한 속셈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학점이 잘 나온다. 그렇게 보면 이들의 ”강의 잘 들었습니다.”라는 언사는 진정으로 읽힌다.

두 번째 집단은 지적 필요로 결핍을 느끼고 소비하기 위해 강좌를 들었다고 보인다. 강의 중 매스컴(매체) 현상에 대해 신기해하기도 하고 처음 듣는 용어가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며 교양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하며 듣는 학생들이다. 매사가 그렇듯 시작과 달리 깊이 들어가면 정체(停滯)를 겪듯 이들은 열심히 강의를 듣고도 “교수님, 강의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유익했습니다."하고 말한다. 순수했기에 소견도 투명하다. 이들은 학점에 대해서도 감사해 한다. 심지어 몇몇 학생은 생각보다 학점이 낮았다며 재수강하겠다고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세 번째 집단은 뒷좌석에 앉아 창밖이나 보고 있다가 자료그림이나 나오면 응시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선택교양이니 학점 잘 나오겠지” 생각하고 덤볐는데 강의가 진행될수록 교재 페이지가 쌓이고 간단치 않은 전문용어가 등장하니 싫증이 나고 도피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 출석체크 하고 나면 그때부터 생각 없는 학생이 된다. 자료그림이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 된다.

대신 이들은 학점에 무척 집착한다. “교수님, 출석 잘 하고 열심히 강의 들었는데 학점은 왜 B+이지요?” 그들은 용감히 메일을 보내온다. 이들은 지적 결핍이나 소비에 대한 경험은 별로 하지 못했으리라 여겨진다.

커뮤니케이션은 일상이다. 그 가운데 신문이나 방송처럼 정보를 수집해 전파 혹은 공기에 실어 지리적으로 산재해 있는 익명의 집단 혹은 대중에게 전파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매스컴이다. 결코 어렵지 않은 강의이지만 학점을 따야 된다는 부담을 갖고 들으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 그들은 앞에서 말한 3가지 유형의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어느 통계를 보면 요즘 대학생들은 1년에 영화는 10편 이상 보지만 책은 10권 이상 읽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심지어 1달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대학생도 많다고 한다. 대신 영화는 4편 이상 본다고 한다. 이를 두고 소설의 시대가 가고 영화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비디오 찍고 편집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일은 잘하지만 책이나 신문 읽고 인문교양을 쌓는 일은 멀어 보인다.

한 학기를 마치면서 후련하다는 생각 보다는 아쉬움이 앞서는 이유는 바로 첫 번째 집단도, 두 번째 집단도 아닌 세 번째 집단의 절실함이 가슴에 남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림이나 영화와 같은 영상자료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들이 나쁘고 첫 번째, 두 번째 집단이 잘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류의 산실은 대체로 인문교양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해야 할까. 과제이면서 흥미롭다. 새로운 인종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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