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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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6.2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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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효준 <편집위원, 여수경실련 사무국장>
광우병소고기 수입문제를 비롯해 화물연대의 파업까지 온 나라가 이러저런 갈등으로 어지럽기만하다. 이런 갈등은 분명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아무리 다양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문제는 갈등을 만들어낸 당사자가 그 갈등의 원인을 자신에서 찾지 않고 애써 다른이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원인과 해소방향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 문제를 만들어 낸 사람은 매양 자기 합리화와 뜬금없는 대책으로 외려 문제를 복잡하게 꼬이게 만들고 있으니 갈등이 쉽사리 해결될리 만무하다.

광우병소고기도, 화물연대의 파업도 갈등의 주체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고유가를 견디기 어려워 파업을 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문제를 만든 것은 정부다.

아첨하듯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돌아온 정부의 비굴함이 원인이었고, 서민들의 생활과 생계유지에 필수적인 경유가에 대한 정책에 실패한 정부의 안일함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정책결정에서 찾지 않고 이에 대항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서 찾으려고 하다보니 대응책이라고 만들어 지는 것이 늘상 국민들을 다시 분노케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문제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그 원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문제를 만든 당사자들이다. 해서 문제는 원인제공자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

한데 본질적인 원인보다는 그로인해 파생되어 만들어지는 다른 문제들에 천착하여 책임을 전가하고 뒷짐지고 있다보면 문제해결은 난망할 뿐이다.

요즈음 우리정부의 태도가 딱 이 모양새다.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을 가려내고 파업자제를 부탁하는 담화문발표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정부도 분명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문제, 당초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이러저런 미봉책만을 내놓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정부건 지방자치단체건 만들어지는 많은 정책들은 결국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로서 만들어내는 것인 까닭에 분명 실수와 잘못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정책입안자들은 절대로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상황인식의 잘못으로 또는 사회적여건의 변화로도 얼마든지 바뀔수 있고 바꿔야 하는 것인데도 한번 입안된 정책은 어떠한 상황에도 끝까지 밀고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질없는 고집은 결국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게 되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양산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건이 변화하고 다수의 대중이 잘못되었다고 평가한다면 반드시 수정되거나 취소될 수 있어야 한다.

해서 최근의 사회적 갈등을 포함한 문제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어떠한 평가와 부정적 여론에도 꿋꿋하게 밀어붙이는 뚝심이 아니라 변화를 인식하고 보다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정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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